태양계 바깥의 ‘외행성’ 탐색 방법, 어떻게 찾아내는가?
최근 과학 뉴스에서 “외행성(Exoplanet)”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외행성이란 태양계 바깥, 즉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의미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계 행성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상상 속 존재였으나,
1992년 최초의 외행성이 공식적으로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5,000개가 넘는 외행성이 탐지되었습니다.
이제 외행성 탐색은 천문학의 가장 역동적인 분야 중 하나가 되었고,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을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은?”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과학적 답을 찾는 여정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외행성을 직접 ‘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행성을 찾아낸다”고 하면, 마치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듯 외행성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외행성은 별에 비해 매우 작고,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항성의 밝은 빛에 가려집니다.
게다가 지구에서 그 거리가 너무나도 멀기 때문에,
현존하는 망원경의 해상도로는 외행성의 미세한 빛조차 포착하기 어렵죠.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해 외행성을 찾아냅니다.
외행성 탐색의 대표적 방법들
1. 도플러 효과(라디얼 속도법)
가장 전통적인 외행성 탐지 방법 중 하나는 “라디얼 속도법”입니다.
이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외행성이 별을 공전할 때, 중력으로 인해 별 역시 미세하게 흔들리게 됩니다.
이 흔들림으로 인해 별빛이 약간씩 파장 변화(적색편이, 청색편이)를 일으키게 되며, 이를 정밀한 분광기를 이용해 측정합니다.
만약 별의 스펙트럼이 주기적으로 앞뒤로 이동한다면, 이는 주위에 미지의 행성이 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행성의 질량과 별에서의 거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행성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공전 궤도가 별의 움직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멀면 탐지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2. 트랜짓(Transit) 방법
현재까지 발견된 외행성의 대부분은 “트랜짓 방법”으로 찾았습니다.
이 방식은 외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우리 시선상 별과 행성이 일직선이 될 때) 별빛이 잠깐 약해지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즉, 우리가 별을 꾸준히 관측하다가, 정기적으로 밝기가 감소하는 패턴이 보인다면, 그 원인은 외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며 별빛을 일부 가렸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매우 작은 외행성도 탐지할 수 있고, 한 번의 관측으로 수많은 별을 동시에 조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외행성의 크기, 공전 주기, 궤도 반지름 등 여러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전 궤도가 우리 시선과 거의 일직선이 되는 행성만 탐지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미션으로는 NASA의 ‘케플러(Keppler)’ 우주 망원경,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미션이 있습니다.
이들은 수년간 하늘의 수십만 개 별을 지켜보며, 수천 개의 외행성을 발견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3. 직접 영상법(Direct Imaging)
아주 소수의 경우, 외행성을 직접 사진으로 찍는 ‘직접 영상법’이 시도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항성의 밝은 빛을 가려주는 특수한 ‘코로나그래프(차광장치)’나 ‘별 차단기’를 사용해야 하며, 매우 밝고 큰 행성이거나 별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 때에만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HR 8799 행성계와 같은 대형 외행성들이 직접 영상법으로 촬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재 기술로는 일부 특수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쓰입니다.
4. 중력렌즈 효과(Microlensing)
아주 먼 별과 우리 사이에 또 다른 별이나 행성이 지나가면, 그 행성의 중력이 렌즈 역할을 해 뒤쪽 별빛을 굴절시키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런 중력렌즈 효과로 인해 뒷별이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패턴이 나타나는데, 이때 “외행성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은하계 중심부나 매우 먼 거리의 외행성 탐색에 적합하며, 우리은하 전체에 퍼진 다양한 외행성의 통계를 얻는 데 활용됩니다.
5. 천체의 흔들림(천체 위치 변화, Astrometry)
별 자체의 미세한 위치 변화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별이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릴 때, 그 위치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외행성의 존재를 밝힙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미션은 이 방법으로 수많은 외행성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각 방법의 특징과 한계
이렇듯 외행성 탐색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라디얼 속도법과 트랜짓 방법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자주 함께 사용되며, 발견된 외행성의 ‘후속 관측’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직접 영상법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외행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중력렌즈나 천체 위치 변화는 통계적 연구나 특수한 환경의 외행성 발견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행성 대탐험의 현재와 미래
외행성 연구는 천문학뿐 아니라 우주 생물학, 행성 과학, 심지어 철학까지 영향을 주는 분야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외계 행성이 있구나!”를 넘어, “지구와 비슷한 환경과 조건을 가진 행성은 얼마나 있을까?”, “그곳에 생명은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과 같은 차세대 관측기기가 등장하면서, 외행성의 대기 성분, 표면 환경, 온도, 심지어 생명체의 흔적(생명 지시자)까지 탐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랜짓 방식으로 찾은 외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는 별빛을 분석해, 물, 산소, 메탄 등 다양한 분자를 검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외행성 탐색, 우주의 또 다른 지구를 찾아서
우리는 이제 태양계 너머,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지구’의 존재를 상상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외행성 탐색은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 우주에서의 인류의 위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주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도 우리를 찾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망원경 너머에서 “여기, 지구처럼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습니다!”라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릅니다.
그날을 꿈꾸며, 과학자들의 외행성 탐색 여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음 신비로운 우주이야기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