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색’이 있을까? – 허블 이미지와 실제 색상
천문학 사진, 진짜 ‘색’일까?
밤하늘을 보면 별은 대개 하얗거나, 약간 푸른빛 혹은 붉은빛을 띠는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HST)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에서 보내온 천체 사진을 보면,
환상적인 푸른 성운, 강렬한 붉은 은하, 다채로운 오로라와 빛나는 성단 등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색상들이 펼쳐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우주 사진의 ‘색’은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위적으로 가공된 결과일까요?
빛과 색, 그리고 인간의 시각
색이란 본질적으로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각적 정보입니다.
인간의 눈은 약 400~700nm 범위의 가시광선만 감지할 수 있는데,
이 범위 안에서도 파장이 짧은 빛은 푸른색, 파장이 긴 빛은 붉은색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우주에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이 존재합니다.
별과 성운, 은하 등 천체가 방출하는 빛 역시 여러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빛이 지구에 도달할 때는 대기 오염, 거리, 대기의 산란 효과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원래의 색’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보는 밤하늘이 대부분 하얗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효과 때문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사진, 색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허블 우주망원경 등 현대 천문학 장비는 단순히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만 촬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외선, 적외선, 특정 파장의 빛 등 여러 필터와 감광기를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이미지는 흑백(모노크롬)이 기본입니다.
즉, 허블이 직접 ‘컬러 사진’을 찍어 보내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파장의 흑백 이미지를 각각의 필터로 촬영한 뒤,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색을 입혀 합성합니다.
예를 들어, 적색 필터로 찍은 이미지는 붉은색으로, 녹색 필터는 초록색, 청색 필터는 파란색을 입혀
세 장의 이미지를 합성하면 ‘컬러 이미지’가 됩니다.
더욱이 자외선이나 적외선 등 가시광선 밖의 파장대 데이터는 사람이 볼 수 없으므로,
관습적으로 ‘대체 색’(false color, representative color)을 사용해 표현합니다.
과학적 목적과 미적 해석: 허블 이미지의 색상 의미
허블 이미지에서 색을 입히는 가장 큰 목적은 ‘과학적 정보의 시각화’입니다.
예를 들어, 성운에서 수소가 방출하는 빛, 산소나 황이 방출하는 빛을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해, 천체의 화학적 조성, 물리적 상태, 에너지 분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허블 팔레트’라고 불리는 색상 체계가 있는데,
이는 SII(황 이온선) → 적색, Hα(수소 이온선) → 녹색, OIII(산소 이온선) → 청색으로 매핑하여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우주에서 그 성운이 그렇게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과학적 해석과 미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또한, 천문학자와 이미지 프로세서들은 대중적 이해와 시각적 임팩트를 고려해, 때때로 ‘강조 색상’(enhanced color)이나 ‘예술적 색상’(artistic color)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작업은 과학적 정보의 왜곡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주의 정보를 인간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려는 노력입니다.
“진짜 우주 색”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허블 이미지에 등장하는 화려한 색들이 ‘진짜’ 우주의 색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우주에는 분명 실제로 붉은, 푸른, 노란 별과 성운이 존재합니다.
지구 대기의 방해가 없고, 우주에 직접 나가서 인간의 눈이 보게 된다면 별빛의 색상은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천문학 사진에서 보는 만큼 극적이고 선명하게 우주가 ‘컬러풀’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가시광선을 넘어서는 영역(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정보’입니다.
허블 이미지의 많은 색상은 이런 비가시광선 정보를 시각적으로 변환한 결과물입니다.
과학과 예술, 그리고 우주색의 감동
결국 허블 이미지의 색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되, 인간의 감각과 이해를 돕기 위해 조화롭게 가공된 “해석된 색”입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의 세계를 아름답고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블의 컬러 이미지들은 과학자들에게는 천체의 물리·화학적 특성 분석을, 일반인들에게는 우주의 경이와 신비,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런 이미지들이 대중 과학 교육, 예술, 심지어 문화와 감성의 영역까지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
우주에는 색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허블 이미지에서 보는 색상은 ‘우주 자체의 진짜 색’이라기보다,
빛과 파장, 과학적 해석, 인간의 감각이 어우러진 “우주를 해석하는 색”입니다.
밤하늘의 희미한 별빛을 볼 때,
허블이 보내온 환상적인 컬러 이미지를 볼 때,
그 안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결합,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상상력이 함께 깃들어 있음을 기억하면 어떨까요?
앞으로도 허블과 같은 망원경이 펼쳐 줄, 우주색의 또 다른 세계를 기대해봅니다.